“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웠던 이집트가 지금은 왜 이렇게 낙후된 상태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들을 꽤나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질문의 기저에 깔려 있는 인식 자체가 애초부터 비판의 여지가 많은 것이지만 (예컨대, ’현대 이집트가 낙후되어 있다’라는 명제 자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간적 스케일’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인식과 질문은 부당한 것이라 평가할 만하다. 이를테면, 고대 이집트와 현대 이집트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스케일을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해진다.
1. 예전에 암사동 주민들은 빗살무늬 토기를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왜 그 토기를 안써요?
2. 예전에 강화도 주민들은 고인돌도 곧잘 만들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거 못만드나 봐요?
3. 신석기 시대 한반도는 다소 궁핍했던 것 같은데, 지금와서는 그래도 좀 여유가 느껴지네요. 그 비결이 뭘까요?
얼마나 황당하고 무의미한 질문들인가? 요컨대, 고대 이집트와 현대 이집트는 서로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는 시공간들이기 때문에 그 두 시공간을 직접 연결하려고 드는 것은 애초부터 완전히 무리한 시도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현대와 과거를 직접 연결 짓는 습관이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지만, 이러한 습관은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