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마시는 이 맥주는 수제 맥주일까?
수제맥주 안내도(안내서?)는 자신의 인생 수제 맥주를 찾아가는 여행자들을 위한 도구다.
당연히,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무엇이 수제맥주인가이다. 내가 찾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여행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수제맥주가 유행하면서 펍이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만날수 있게 됐지만 정작 수제맥주가 정확히 어떤 맥주를 말하는 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요즘 핫한 친구인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한글이라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살짝 무시하자. 내용을 살표보면 소규모, 지역성, 개성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맥주협회에서는 어떻게 정의할까?
먼저, 한국 수제맥주협회는 수제맥주를 소규모, 독립성, 지역성의 기준으로 규정한다. 연간 생산량이 1만kL(1000만 리터)이하, 대기업의 지분율이 33% 이하, 그리고 전체 맥주 생산량의 80%이상을 국내 생산, 이 세가지 조건을 갖춘 브루어리를 수제맥주 협회의 회원으로 인정한다. 미국 양조자협회(Brewer’s association)은 연간 6백만 배럴 이하, 대기업 지분율 25% 이하, 그리고 주세법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는 양조자를 수제맥주 제조사로 인정한다.
생산량과 대기업 지분율의 제한을 보면 기본적으로 대량생산과 수제맥주는 반대편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우리 나라의 경우, 세금법의 빈틈을 이용해 해외에서 생산하고 역수입 하는 것을 막으려는 기준이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맥주의 원재료가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 많다고는 하지만, 해외에 있는 브루어리에서 외국인이 외국 재료로 만든 맥주라면 그것을 한국 수제맥주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위 기준은 협회에서 회원사를 받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정량적 기준을 세운 것이기 때문에 수제맥주의 절대적인 정의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수제맥주를 만든다고 하는 브루어리들의 맥주에 대한 생각과 그리고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도 정량적인 기준 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협회의 기준으로 본다면 다국적 맥주 기업 AB inbev가 소유한 소규모 양조장들의 맥주는 모두 수제맥주가 아닌것이 된다. 귀여운 거위 그림으로 잘 알려진 구스 아일랜드 브루어리의 구스 IPA나,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의 초기 유행을 선도하던 핸드 앤 몰트 맥주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내가 사는 동네에 기가 막히게 맛있는 수제맥주를 만드는 곳이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 재배한 보리로 만든 맥아를 사용하고 효모까지 직접 품종을 개발해서 쓰는 곳이다. 맥덕들의 입소문을 타고 맥주가 날개돋힌 듯 팔리기 시작한다.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브루어리에 설비를 확충해야 한다.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아져 대기업 투자가 들어왔고 순조롭게 브루어리를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지분율이 33%를 넘어버린다. 설비가 좀더 좋아졌을 뿐 같은 재료로 같은 사람이 만드는데, 정량적 기준으로는 더 이상 수제맥주가 아니게 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좀 더 미묘해진다. 브루어리가 설비를 바꿨는지, 대기업이 투자를 했는지 별 관심이 없고 그저 맥주가 좋아서 마셔왔을 뿐인데, 지분율이 바뀐 날을 기준으로 내가 늘상 마시던 수제맥주가 그냥 맥주가 된다.
세금납부를 위한 기준, 협회의 회원자격 기준같은 경우는 정량적 기준으로 칼같이 나눌 필요가 있지만, 맥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위한 공간에서 굳이 그런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이 공간에서는 이제 막 수제맥주의 세계에 발을 들인 맥린이들을 위해 좀 더 넓은 범위를 수제맥주로 보고 얘기를 하려고 한다. 좁게는 국내외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맥주에서부터, 넓게는 카스, 테라, 아사히, 버드와이저 같은 대기업 라거류를 제외한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