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축제다. 각종 스포츠 이벤트나 공연, 페스티벌에서 빠지는 것을 상상해 보자. 당장 2022 월드컵 때 종교적 이유로 맥주 판매가 금지 됐을 때 얼마나 큰 반발이 있었던가. 관중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뜨거운 열기를 달래고 목마름까지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음료가 바로 맥주다.
그런 맥주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가 이번 이야기의 주제다.
맥주 축제하면 역시나 이런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맥주국이라 불리는 독일에서 열리는 만큼 ‘옥토버 페스트’는 세계 최고(古) 최대의 맥주축제로 명성이 자자하다. 전세계에서 수백만명이 옥토버페스트를 위해 독일을 방문하고, 축제기간동안 수백만잔 이상의 맥주가 팔린다. 독일 바깥에도 맥주를 사랑하는 이들은 많고 축제에 대한 수요도 넘치다 보니 세계 각지에 맥주 축제가 생겼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맥주 축제가 있다. 맥주국의 이름을 딴 남해 독일인 마을에서는 정통파 ‘옥토버 페스트’가 열리고, 수제맥주 브루어리들이 단독으로 열거나 연합해서 여는 소소한 축제들이 페스티벌도 있다. 아쉬운 점은 많은 축제들이 단발성으로 끝나거나 몇 년 사이에 흐지부지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3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오래 유지되던 축제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또 성장하고 있는 맥주 이벤트들을 모아보았다. 축제를 방해하던 코로나도 한 풀 꺾였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었으니, 올해부터 다시 한 번 맥주 축제에 빠져보자.
신촌 맥주축제
# 맥주와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가장 뜨거운 맥주축제
장소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4-2
기간 - 9월 초
2호선 신촌역 2,3 번출구부터 연세대학교 입구 앞까지, 홍대입구와 함께 젊음의 거리 그 자체인(였던…) 연세로에서 매년 9월초 열리는 맥주 페스티벌이다. 2015년 처음 개최당시에는 옥토버 페스트를 표방한 라거맥주 위주의 축제였지만, 수제맥주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2017년부터는 수제맥주 위주의 축제로 바뀌게 되었다. 다양한 도심 페스티벌들이 있더라도 대부분 공원이나 별도의 공연장에서 진행되는데 반해, 신촌 맥주축제는 도로 한복판에 맥주 부스와 테이블을 깔아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는 점이 독특하다.
맥주 축제이니 만큼, 당연히 국내외의 다양한 브루어리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시간대별로 락, EDM, 힙합 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도 있으니 사전에 타임테이블을 확인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공연이 잘 보이는 메인 스테이지 근처의 테이블들은 자리잡기가 쉽지 않으니 미리 미리 준비하자. 맥주와 음악은 축제의 기본! 재미를 더해주는 다채로운 이벤트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비어 도슨트’와, ‘맥덕 약국’이 있다. 비어 도슨트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설명해주는 해설자인 도슨트와 마찬가지로 행사장 내의 맥주를 친절히 설명해주는 맥주 해설자다. 이미 맥덕이라면 친숙한 맥주들도 많겠지만, 맥주축제에서 처음 수제맥주를 접하는 이들이라면 맥주의 이름이나 종류가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아는만큼 보인다’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맥주는 ‘아는만큼 맛있다’. 비어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맥주의 유래와 양조장에 대한 배경설명을 들으며 맥주를 음미한다면 살짝 과장해서 10배는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맥덕 약국’, 카스, 테라, 하이트 같이 대기업 라거만 파는 페스티벌이라면 선택에 대한 고민 없이 마시기만 하면 되지만, 20여개가 넘는 부스에 맥주 종류가 도합 100종에 가깝다면 선택장애가 올 수 있다. 고민고민하다 병이 되기 전에 맥덕 약국으로 가자. 자신의 증상을 얘기하고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적절한 맥주를 처방해줄 것이다. 의약분업을 고려하면 처방전을 주는 곳이니 ‘맥덕 의원’이라는 이름이 더 정확하지 않나 싶긴 하지만, 축제에서 그런 쓸데없는 걸 따져서 무엇하리. 얼른 처방받은 맥주를 마시고 고민을 날려버리도록 하자.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도 끝났고 대부분의 축제들이 정상운영되고 있다. 그 동안 축제를 열지 못해서, 혹은 축제에 가지 못해서 울분이 쌓인 많은 이들이 축제를 찾아해매고 있다. 2023년 가을, 4년만에 돌아올 신촌맥주 축제는 또 어떤 맥주와 공연, 이벤트로 가득 차 있을지 궁금하다. 다시 연세로 한가운데서 수천, 수만명이 다같이 맥주잔을 부딪힐 그 날이 기대된다.
오산 오색시장 야맥축제
# 전통시장과 수제맥주의 환상의 콜라보
장소 - 오산 오색시장
기간 - 홈페이지 참고
홈페이지 - www.5colormarket.com
국내에도 많은 맥주 축제들이 있지만 지역성을 강조하는 수제맥주의 정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축제는 단연코 오색시장 야맥축제다. 리뉴얼을 통해 깔끔한 모습을 자랑하는 전통시장이지만, 외견만으로 다른 전통시장과 아주 차별화되는가 물어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9월~10월 사이 한달간 진행하는 야시장인 ‘야맥길장’이나 국내 소규모 브루어리들의 정수를 만날수 있는 ‘야맥축제’와 같은 이벤트를 꾸준히 시도하여 ‘오색시장’이라는 브랜드를 차별화해왔고 이 시도는 결실을 맺었다. 야맥축제는 수많은 외국인과 타지의 젊은이들, 그리고 오산 토박이들이 모두 모여 즐기는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자리잡았다.
야맥축제가 시작되면 시작되면 기존의 시장터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브루어리들의 맥주부스들이 들어선다. 다른 페스티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순수하게 국내 소규모 브루어리들 위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지역적인 특색을 잘 살린 타지역 맥주들을 오색시장의 먹거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시장에서 이뤄지는 페스티벌이다 보니 먹거리 또한 색다르다.
보통 맥주 축제의 먹거리를 생각하면 독일식 소지지, 감자튀김, 치킨 등이 먼저 떠오를 텐데, 오색시장에서는 육전, 떡볶이, 닭발, 잡채부터 삼겹김밥, 동태스테이크, 떡와플 등 평소에는 시도해보지 못한 맥주와 음식의 궁합을 경험할 수 있다. 전통음식들과 맥주가 잘 어울릴까 고민되는가? 30여 개에 달하는 부스에서 파는 맥주의 종류는 2백여 가지가 넘는다. 어떤 음식과 어떤 맥주가 잘 어울릴 지 궁금하다면 직원에게 물어보자. 맥주 전문가들이 친절히 알려줄 것이니 고민하지 말자.
오산 야맥축제에서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이벤트는 비어투어, 야외공연이 있다. 타 축제에서 유명한 밴드나 EDM, 힙합 공연이 진행되는데 반해 여기서는 시장 상인 동아리, 전통악기, 시민노래자랑 등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수제 맥주가 젊은 이들에게 유행한다고 해서 굳이 공연까지 나이대에 맞추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개성이 된다. 수제맥주 축제를 처음 경험한다면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비어투어를 신청하자. 맥주 가이드가 함께하며 브루어리의 특징과 그들이 만든 맥주에 대해 친절히 안내해준다. 브루어리의 대표맥주도 시음할 수 있고 기념품 선물도 받을 수 있으니 꼭 챙기자.
오랜 전통의 시장과 젊은 브루어리들, 그리고 타지인, 토박이를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지역 축제로 여타 축제와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여타 페스티벌의 푸드코트에 실망했다면 오색시장의 먹거리가 그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이다. 가성비 뿐만 아니라 맛까지 좋은 먹거리와 높은 퀄리티의 맥주들이 기다리고 있다. 수제맥주는 젊은 사람들을 위한 것, 전통 시장은 나이 든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날려 줄 오색시장 야맥축제, 올해는 미루지말고 꼭 가보길 추천한다.
한국맥주박람회(KIBEX)
# 맥주와 관련된 모든것을 한자리에서 만나기
장소 - 서울 코엑스 C홀
기간 - 2023. 4. 6. ~ 4. 8.
홈페이지 - www.beerexpo.kr
신나게 맥주축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왠 박람회인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수많은 소규모 브루어리들, 해외 맥주 수입사, 맥주 관련 물품 제조사가 참여하는 박람회다보니 맥주에 관심이 있다면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한 축제와 마찬가지인 행사다. 맥주 외에도 사이더, 진, 전통주 같은 주류 및 안주 부스 까지 있으니 수제맥주에 관심이 없더라도 가 볼 만하다.
한국맥주박람회가 열리기 전에는 대한민국주류&와인박람회가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가장 큰 박람회였다. 맥덕의 입장에서는 맥주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박람회고, 맥주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비슷한 고민이 맥주 업계에서도 많았는지, 아니면 수제맥주 시장이 충분히 커졌는지 2019년부터 한국수제맥주협회가 주축이 되어 맥주만의 박람회를 개최하였고, 2023년 올해로 어느덧 5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축제가 아니라 박람회인 만큼 신나게 퍼마시는 분위기는 아니다. 대신 여기저기 부스를 돌아다니며 맥주를 조금씩 시음하며 시중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맥주를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평소에 관심가던 브루어리가 있다면 부스를 방문해 궁금한걸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자기들이 만든 맥주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를 귀찮아하는 직원들은 없다. 오히려 더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줄테니 망설이지 말자. 맥주 축제지만 무알콜 맥주나, 사과로 만든 발효주인 사이더, 막걸리 등 국내의 소규모 수제 주류 부스들도 있으니 맥주에 지쳤다면 잠시 샛길로 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맥덕이라면 맥주의 트렌드도 궁금할 것이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코너는 아니지만, 맥주 업계나 맥주 양조와 관련된 주제의 컨퍼런스도 진행된다. 맥주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재미없을 얘기겠지만, 수제맥주에 이미 빠졌다면 한번 귀 기울여 볼만한 얘기들이다. 홈페이지에 미리 시간대에 따른 발표 주제가 올라오니 관심가는 주제가 있다면 시간 내서 참여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