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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퀘어

티스퀘어에 대한 추억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진지하게 좋아하는 편이다. 음악적 재능이 있었다면 관련 활동을 보다 진지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딱 한 곡만 골라서 죽을 때까지 그것만 들으라고 한다면, 난 아마 몇 초 고민하지 않고 티스퀘어(T-Square)의 'Omens of Love'를 고를 것이다. 물론 여태껏 살아오며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도 이 곡일 것이다. 어떤날에는 노동요로, 어떤날에는 운동용 배경 음악으로, 또 어떤날에는 억지로라도 힘을 내기 위한 위로의 음악으로.... 그만큼 티스퀘어도 좋아해서 이 팀의 내한공연을 2차례나 갔었다.
그런데 지난 43년 간 팀을 이끌었던 (티스퀘어라는 밴드는 1978년에 결성되었다), 안도 마사히로가 지난 해에 탈퇴를 했다는 사실을 한달 전에 발매된 티-스퀘어의 라이브 앨범 <Masahiro Ando Farewell Tour>을 듣고 오늘에서야 알았다. 내가 아는 한 가장 정확하게 기타를 연주하는 마사히로 아저씨는 일단 머리 스타일이 자주 멋있어서 참 좋아했었다. 지난 4월에는 티스퀘어에서 건반을 맡았고, 'Omens of Love'의 작곡가이기도 한 이즈미 히로타카 아저씨가 세상을 떠나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오늘 듣고 있는'Omens of Love'는 어쩐지 좀 속상하다. 물론 티스퀘어는 역시 워년 맴버였던 이토 타케시와 반도 사토시 2인조로 계속 활동을 이어 나간다.
여담인데, 20년 전 쯤에 어학 연수를 갔을 때 만난 한 일본인 친구의 이름이 마사히로였다. 그래서 "오, 너 내가 좋아하는 티스퀘어의 기타리스트랑 이름이 같구나"라고 말하며 친근감을 표했는데, 그 친구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못알아 들었다. 물론 그 친구는 피치카토 화이브나, 파리스 마치, 심벌즈 같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 밴드들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 심지어는 80년대 일본 가요계의 패권자였던 마츠다 세이코에 대해서도 "이름은 들어 보았다"라고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다행히 내가 세상의 모든 여자 연예인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자드(이즈미 사카이)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었는데, 그것도 그냥 이름만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일본의 대중문화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깨달았던 것 같다. 요컨대, 당시까지 한국에서는 너무나 흔했던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압도적인 대중문화 스타가 일본에는 잘 없었다는 거. 뭐 내그런데 근래에 들어서는 한국에서도 그렇게 넓어진 스펙트럼을 느낀다. 어느 한 세대, 어느 한 취향 집단에게는 절대적으로 지지받는 문화상품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더 나아가서 들어보지도 못한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아마도 매체가 다양해진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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