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최대 항구라고 하면 아마 꽤나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알렉산드리아를 떠올리실 겁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알렉산드리아의 명성에 근거한 느낌적인 느낌이 '현대적 사실 관계'로 업데이트 되지 않은 까닭이겠죠.
자, 그러면 이제 업데이트를 좀 해봅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대 이집트 최대의 항구는 알렉산드리아가 아니라, 수에즈 운하의 지중해 쪽 입구에 해당하는 포트 사이드(Port Said)입니다. 이 항구 도시의 이름은 아마 못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2022년에 출간된 로이드 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포트 사이드에서는 연간 약 480만 개의 컨테이너가 처리되는데, 이는 세계 43위의 규모에 해당됩니다. 이것은 도쿄(46위, 430만개)나 인천(60위, 330만개), 오사카(82위 240만개), 여수-광양(85위, 242만개) 보다도 큰 규모입니다. 물론 부산은 세계 7위 급의 항구로 스케일이 또 완전히 달라서, 연간 약 23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합니다.
반면 고대로부터 명성이 높았던 알렉산드리아는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처리되는 컨테이너의 숫자도 연간 150만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컨테이너의 처리랑을 기준으로 한다면, 현대의 알렉산드리아항은 포트 사이드항 보다 그 규모가 1/3도 채 안된다 말할 수 있겠죠.
포트 사이드는 사실 굉장히 최근에 지어진 도시입니다. 수에즈 운하의 건설과 함께 도시가 세워졌으니, 도시의 역사는 기껏해야 150년을 살짝 넘는 정도입니다. 알렉산드리아가 기원전 331년 경에 세워진 것을 감안하면, 포트 사이드는 '애송이 도시'라고도 할 수 있겠죠. (사실 알렉산드리아도 다른 고대 이집트의 도시들과 비교하면 ‘애송이 도시’이지만....) 그런데 이 두 항구도시는 모두 다 애초부터 인위적인 계획에 의해서 세워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쪽 모두 도시의 건설과 관계된 지배자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이 정해졌다는 공통점도 있죠. 알렉산드리아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사실이야 워낙 유명하고, 포트 사이드의 경우에도 도시가 세워지던 당시 이집트의 군주였던 무함마드 사이드 파샤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포트 사이드는 도시가 세워진 1859년 이후 지속적으로 융성했지만, 3차 중동 전쟁 직후에는 이집트의 국경선이 이곳까지 밀렸던 적도 있습니다. 즉 포트 사이드 건너 편의 포트 푸아드까지 이스라엘이 점령을 했었죠. 당시에는 수에즈 운하도 봉쇄되었었고, 그러다보니 포트 사이드항도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했었습니다.
이 항구도시는 수에즈 운하와 더불어 근현대 이집트의 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 사이드는 현대 이집트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곳입니다. 오히려 현대 이집트가 주제일 때에는 알렉산드리아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