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술을 만드는데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당분과 효모다. 효모는 당을 먹고 알콜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막걸리, 청주는 쌀에서 얻은 당을, 와인은 포도의 당분을 발효해서 만들어진 술이다. 맥주는 맥아(건조시킨 싹튼 보리)와 기타 곡물에서 얻은 당을 발효시켜 만든다. 맥주 양조의 핵심은 효모가 먹을 당을 준비하고 효모가 알콜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방에서 체험하게 될 수제맥주 양조 과정은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아래와 같다.
홈브루잉의 전체 흐름을 알기 위해 몇몇 세부 과정은 생략하였음
1) 맥주 레시피 만들고, 재료 준비하기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양조하게 된다면 레시피와 그에 맞는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2~3번 정도 기존의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보면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2) 곡물 파쇄하기(밀링, Milling)
맥아의 전분을 당으로 만들기 위해선 적절한 온도의 물에 담궈야 한다. 하지만 전분은 맥아 껍질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에 물에 넣기 전에 적절한 크기로 부숴야 한다.
신나게 갈리는 중인 맥아
밀링이 끝난 상태
3) 곡물의 전분에서 당을 얻는 당화(Mashing)
맥아에는 전분과 그 전분을 당으로 바꿔주는 효소가 들어있다. 그냥 전분이 당으로 바뀌는 마법이 있다면 간단하겠지만, 세상일은 그리 쉽지 않다. 효소는 적절한 온도와 PH(산도)가 맞춰졌을 때 전분을 당으로 바꾼다. 62~67도 사이의 온도에서 60분간 밀링을 끝낸 곡물을 담가 두면 당화가 완료된다.
온도가 맞춰진 물에 파쇄된 곡물을 붓자
양조는 예술과 노동의 사이 - 곡물이 물에 잘 섞이도록 꾸준히 휘저어야 한다.
4) 맥즙 끓이기(Boiling)
필요한 만큼 당분을 뽑아냈다면 이제 끓일 차례다. 위의 당화 과정을 통해 맥아에서 얻은 당분과 물이 섞인 것을 맥즙이라고 한다. 맥즙을 끓이는 이유는 이후 효모의 활동을 방해할 균을 없애고, 홉의 쓴맛과 향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레시피에 따라서 끓이는 중간 홉이나 효모를 위한 영양제, 맥주를 깨끗하기 위한 청징제를 넣게 된다. 맥즙은 보통 60분이나 그 이상 끓이는데, 고된 맥주 양조 중 맥주 한 캔을 들이키며 목을 축이며 수다를 떨기 딱 좋은 시간이다.
당화를 끝낸 맥즙을 끓임 냄비로 옮기는 중
쓴맛과 향을 더하기 위한 홉(Hop) 투하
5) 맥즙 식히기(Chilling)
맥즙을 충분히 끓였다면 이제는 맥즙을 식힐 차례다.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콜을 만들어내려면 적절한 온도가 갖춰져야 한다. 라거 효모는 섭씨 7~14도, 에일 효모는 18~25도 정도의 온도에서 효모를 넣어야 한다. 맥즙을 식힌 이후부터는 오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효모보다 다른 균이 먼저 번식하게 된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식초를 만들게 될 수도 있다.
6) 효모 투하(Yeast Pitching)
적절한 온도로 맥즙을 냉각시켰다면, 맥즙을 발효통으로 옮기고 효모를 투입할 차례다. 효모를 넣기 전에 온도를 잘 체크하자. 너무 낮거나 높은 온도에서 효모를 투입하게 되면 죽어버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는다. 위 과정에서도 얘기했듯이 맥주를 끓인 후부터는 오염과의 전쟁이다.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은 희석된 살균제를 뿌려 세균의 침입을 방지하자! 맥주의 완성은 결국 효모가 한다.
식은 맥즙을 철저히 소독한 발효통으로 옮기는 중
경건한 마음으로 효모 투하! 결국 맥주는 효모하기 나름이다.
효모를 넣은 후 발효통의 뚜껑을 닫고, 효모에 맞는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 7~10일 정도 보관하면 1차 발효가 완료된다.
7) 병입 및 탄산화(packaging)
발효가 완료되면 맥즙의 당도는 내려가고 알콜 함량은 높아진다. 레시피에서 목표로 하는 맥주와 가까워 졌지만 지난 발효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외부로 배출되기 때문에 탄산이 없는 밍밍한 상태다. 만들어진 맥주를 병에 담으면서 추가로 설탕을 같이 넣어 병 속에서 추가적인 발효가 이뤄지게 한다.
탄산을 만들기 위한 설탕 투입
여기까지 왔으면 엔드게임. 2~3주 뒤 즐기기만 하면 된다.
병 속에 옮겨 담은 맥주를 실온에서 일주일 정도 두면 맥주 속의 효모가 새로 얻은 설탕을 발효시키며 탄산을 만들어내고 비로소 맥주다운 맥주가 된다. 2~3주가 걸리는 과정이 지났으니 맥주 맛이 어떨지 너무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 속에서 일주일 정도 더 숙성시키면 맥주가 더 깔끔해지니 조금만 더 참았다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캔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 단순하게 느껴지고, 완전곡물 양조에 도전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된다면 당화가 완료된 가루인 DME(Dry malt extract : 건조된 맥아 추출물)를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홈브루잉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당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있는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