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외 브루어리에서 만들어진 수십종류 이상의 캔맥, 병맥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보틀샵. 펍(탭하우스)에서 생맥으로는 구하기 힘든 해외 브루어리의 트렌디한 맥주들도, 보틀샵에서는 만날 수 있다. 편의점 앞에서 가볍게 한잔 하듯 가게에서 파는 군것질 거리를 안주삼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보틀샵 입문자들이 꼭 가봐야 할 곳들을 모아보았다. 재밌게도 서울의 중부인 이태원과 강동, 강서에 내로라하는 보틀샵이 각각 위치하고 있으니 근처에서 술자리가 있다면 2차나 3차로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보틀샵은 판매하는 맥주의 변화가 잦다 보니 가격표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맥주 한 캔이 비싸봐야 얼마겠어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으니, 꼭 직원에게 가격을 확인한 후 구입하도록 하자. 한 가지 더, 대부분의 보틀샵은 맥주에 어울리는 전용잔을 구비하고 있다. 캔이나 병째로 마시는 게 멋있어 보일 수는 있지만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에는 최악의 방법이니, 꼭! 전용잔을 받아서 맥주의 빛깔과 거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향과 맛을 즐기도록 하자.
경리단길 우리슈퍼
SINCE 2002, 보틀샵의 성지
첫번째로 소개할 곳은, 수제맥주 유행의 초창기 맥파이 펍, 더부스 경리단점과 함께 수많은 맥덕들을 양성한 우리마트다. 수입 병맥주의 수요가 많아지며 보틀샵이 늘어나기 전에는 보틀샵의 대명사와도 같은 곳이었다. 오랫동안 지켜왔던 기존의 자리는 아래 소개할 달맥슈퍼에 내줬지만, 녹사평대로변으로 위치를 옮기며 접근성은 한층 좋아졌다. 흰색과 빨간색이 대비되는 간판은 동네 슈퍼의 이미지를 주는 한편, 한쪽 귀퉁이에 쓰여있는 Bottle 이라는 단어가 묘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캔맥주와 병맥주로 가득찬 냉장고가 빽빽하게 들어찬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맥주만 으로는 심심할 입을 위해 계산대 앞에는 과자류가 구비되어 있다. 맥주는 보관 온도가 생명인데, 1세대 보틀샵 답게 모든 맥주를 실온이 아닌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보관해서 파는 점이 장점이다. 새롭게 유행하는 맥주도 들어오지만, 높은 완성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는 친근한 맥주들(런던 프라이드, KBS, 스톤 IPA, 시메이, 두체스 드 부르고뉴 등등)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왕복 6차선 대로변에 위치하고 횡단보도를 마주하는 오픈된 구조라 해방촌, 경리단을 오가는 인파들을 구경하며 여유있게 맥주 한 잔 하는 것 또한 우리슈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종종 밴드의 소규모 라이브가 열리기도 하고 즉흥 버스킹 공연이 생기기도 한다. 혹시 경리단을 지나치다 이를 보게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 끝내주는 수제맥주 그리고 흥겹게 취한 사람들과 함게 신나게 즐겨보자.
경리단길 달맥슈퍼
젊은 감성, 센스 넘치는 보틀관리
앞서 소개한 우리슈퍼가 20년 넘은 보틀샵의 성지라면 달맥슈퍼는 우리슈퍼의 자리를 넘보는(물리적으로는, 이미 우리슈퍼의 자리를 차지한) 떠오르는 보틀샵이다. 달맥슈퍼의 마스코트가 들어간 간판에서부터 우리슈퍼 보다는 젊은 느낌이다. 깔끔한 화이트 톤 인테리어 바탕에 곳곳에 배치된 노란색 테이블과 의자는 톡톡 튀는 포인트가 된다.
맥주 진열장에서부터 달맥슈퍼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맥주를 잘 모르는 맥린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밌게 구분해놓았다. 새콤한 맛이 베이스가 되는 사워 에일은 ‘달고-셔’로, 흑맥주는 ‘흑탕물’, 사진에서 나와있지않지만 국산 수제맥주는 ‘애국자’로 카테고리를 만들어둬서 익숙하지 않은 맥주스타일도 친근함을 가지게 만든다. 또한 맥주별로 맥주 종류, 도수, 가격이 포함된 태그가 있어 맥주를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달맥슈퍼에서 맥주와 함께할 수 있는 안주류 견과류나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벼운 안줏거리가 있다, 빼놓으면 섭섭할 또 하나의 달맥슈퍼만의 특징은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방촌, 경리단길의 맛집 음식들을 포장해서 달맥슈퍼의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맥주와 안줏거리를 챙겼다면 슈퍼 밖으로 나오자. 내부에도 테이블이 있지만, 야외 공간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달맥슈퍼의 양쪽에는 맥파이, 더부스라는 경리단길의 터줏대감 펍들이 있고, 맞은편에도 오픈된 공간을 가진 와인바들이 있다.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가리지 않고 맥주잔과 병을 들고, 발치에는 반려견이 졸고 있다. 살짝 취기 오른 모습으로 자유롭게 술을 즐기는 것이 경리단길 속 작은 골목의 매력 포인트다. 굳이 길맥에 참여하지 않아도 좋다. 달맥슈퍼의 귀여운 소반위에 맥주 한 잔 올려두고 이 복작복작한 골목의 매력을 감상해보기를!
강동 유미마트
Why not? 인싸 사장님과 함께 새로운 맥주의 세계로
수제맥주가 유행하고 맥주 매니아들이 늘어나며 수많은 보틀샵이 생겼다. 보틀샵 하나 하나마다 개성이 넘치는 곳들이지만 맥덕을 모아두고 가장 유니크한 보틀샵 단 한곳을 고르라고 한다면 대부분 망설임 없이 유미마트를 고를 것이다. 동네에서 흔히볼수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 크기의 보틀샵에서 시작한 유미마트는 지금은 2층과 테라스까지 갖추고 있다. 어디서나 볼수있는 미니스톱 편의점과 나란히 있는 까페같은 느낌의 유미벅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이 곳을 특별한 보틀샵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유미마트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사장님의 존재감이다. 분명히 첫 방문인 손님에게도, 마치 10년 단골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주먹인사를 하고 영혼없는 허그를 선사한다. 약간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1차에서 적당히 알콜을 섭취하고 왔을테니 마음을 열고 주먹인사를 나눠보자. 이것 또한 유미마트만의 즐거움이다. 손님이 많아 너무 바쁘지만 않다면, 사장님이 직접 미니스톱(의 탈을 쓴 보틀샵)의 맥주 라인업을 소개해주고 이용방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또 다른 점은 보틀샵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재밌는 음식 메뉴다. 시그니쳐 메뉴인 정육코너에서 직접 썰어주는 육사시미부터 시작해 찹스테이크, 삼겹살, 감바스 알 알리오, 그 외에도 과자나 치즈만 곁들이기엔 심심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메뉴가 있다. 물론 일반 편의점처럼 먹거리들을 팔고 있으니, 맥주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사장님의 맥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 또한 어마어마하다. 브루어리에 위탁해서 유미마트만의 맥주를 생산해서 팔고 있고, 많은 수량이 들어 오지 않는 수입 맥주를 생맥주로 판매하기도 한다. 괜찮은 맥주가 나왔다 싶으면 가격에 얽매이지 않고 입고하는 편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귀한 수제맥주 중 다른 보틀샵에서 보지 못했다면 유미마트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보틀샵 중에서도 가격대가 높은 맥주들이 많지만, 그 이상의 만족감 선사할 것이다.
강서 당근슈퍼
강서 주당들을 위한 천국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동네슈퍼 느낌을 주는 당근슈퍼. 다른 지역에 비해 보틀샵이나 수제맥주 펍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강서지역 맥덕들에게 있어선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맥주는 다양하게 그리고 든든하게 준비되어 있다. 대부분의 맥주가 냉장 보관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워낙 맥주 종류가 많다보니 온도에 민감하지 않은 일부 종류의 맥주는 외부에 진열되어 있다. 통일된 느낌은 아니지만 직접 쓴 맥주 냉장고에 붙어있는 맥주별 소개글과 레이블에서 사장님의 맥주사랑을 느낄 수 있다.
다른 가게에 비해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다면, 착한 가격과 전용잔 이벤트다. 보틀샵이 펍보다는 저렴하다고 하지만 일반 맥주를 생각하면 가격대가 있는 편인데, 당근슈퍼는 확실히 가성비가 좋다. 그리고 일정량 이상 구매 시 맥주에 어울리는 전용잔들을 사은품으로 주기 때문에 잔을 모으는 맥덕이라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보틀샵이다.
많은 보틀샵이 그러하듯이 맥주외에도 위스키나 와인, 리쿼류 등 다양한 주류를 취급한다.인스타를 통해 최근 입고된 주류나 진행 중인 이벤트를 공지하니 방문 전에 확인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주택가에 있어서인지 가게 외부에서 길맥은 할수 없지만, 가게 내에서 맥주를 간단히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은 구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