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쳐나는 맥주 속에서 나만의 맥주 찾기
수제맥주가 아직은 유행하지 않았던 2010년 중반 쯤 경리단길에 있는 맥파이에서 처음 수제맥주를 마셨다. 그 당시의 그 맛이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여태까지 먹어왔던 맥주와는 너무 다른 맛이라 충격을 받았던 기억 만큼은 지금도 뚜렷하다. 우리나라에도 정말 맛있는 맥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소규모 브루어리들이 만들어 내는 개성 넘치는 수제맥주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맥주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어느새 수제맥주가 유행한 십여 년이 지났다. 맥주와 관련된 세법이 개편되어 소규모 브루어리(양조장)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 되었고, 실제로 전국 각지에 수많은 소규모 브루펍이 생겼다. 덕분에 쉽게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진 개성 있는 수제 맥주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카스, 하이트만 팔던 가게들도 수제맥주를 취급하는 곳이 늘어났다. 심지어 편의점만 가더라도 열 가지 이상의 수제맥주에 대기업 맥주들, 수입맥주까지 합치면 30종의 이상의 맥주가 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고민도 많아진다.
넘쳐나는 맥주에 비해 정보는 부족하다 보니, 소비자는 캔 디자인이나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또는 그럴싸한 이름에 따라 맥주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입맛에 맞아 만족하면 다행이지만,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맛이 나와 실망하기도 한다. 수많은 맥주 속에서 길을 잃거나 수제 맥주에 실망해 등 돌리는 경우도 많다. 자기만의 인생 맥주를 만나지 못하고 수제맥주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맥덕(맥주덕후)으로서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맥주에서 탈덕하기 전에 인생맥주를 만나 광명을 찾는 이들이 한 명이라도 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맥린이를 위한 안내서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 수제 맥주 여행자를 위한 이야기
‘어떤 맥주가 제일 맛있나요?’
펍에서 일할 때 정말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당시 펍에서 팔던 생맥주의 종류가 15종 이상이었고, 보틀이나 캔까지 합치면 20종 이상을 팔다 보니 웬만한 맥덕이 아닌 이상 물어보고 주문하는 게 당연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듣던 질문이지만 매번 답하기 쉽지 않았다. 정답이 있으면 좋겠지만, 취향에 따라 맥주에 대한 평이 갈리기 마련이고, 누군가에게 맛있는 맥주도 다른 사람에겐 별 감흥이 없는 경우도 자주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이 정도 맛이면 누가 먹어도 맛있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맥주를 추천했다가 대실패한 경우가 있고, 정반대로 별 기대하지 않은 맥주가 대성공이었던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맥주를 추천도 하고 직접 마셔도 봤지만, 결국 인생에서 많은 것들이 그런 것처럼 맥주에도 정답은 없다. 각자가 자신만의 인생 맥주를 만나려면 맥주를 알고, 마시고, 가끔 실패도 하고 그리고 더 마셔보는 수 밖에 없다. 아무런 도움 없이 막무가내로 떠나는 여행보다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지 알려줄 나침반과 지도가 있는 여행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막무가내로 마셔본 경험자로서 고생은 많았지만 나름 재미가 있긴 하다.)
슬기로운 맥주 생활은 크게 두 개의 가지로 이뤄진다.
첫번째 가지는 국내의 브루어리, 펍, 보틀샵 등 맥주 맛있기로 소문난 곳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기가 막히게 맥주를 만들어내는 브루펍, 끊임없이 나오는 신상 맥주들을 10~20가지 탭에서 골라 먹을 수 있는 펍(탭하우스), 쉽게 만나기 힘든 국내외 수제맥주를 병과 캔으로 만날 수 있는 보틀샵까지 테마 별로 정리해 보았다.
다른 하나는 맥주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다. 수 십 가지 맥주 스타일을 공부하듯이 안내할 생각은 없다. 잠시 아래 맥주 스타일 지도를 보자.
오히려 길을 잃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혹시 편안함을 느꼈다면 당신은 이미 전문가니 망설임 없이 자기만의 모험을 떠나도 좋다. 위 지도를 보고 현기증을 느낀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방법으로 간단히 맥주 스타일을 나눠 보았다. 굳이 맥주 스타일을 달달 외울 정도의 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어떻게 맥주를 즐길 지 아는 것 그것이 두번째 가지의 주제다.